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법률 근거도 없이 민간단체인 카지노협회에 자금세탁방지 검사업무를 맡겨 개인정보를 열람토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은 카지노가 금융거래정보를 제대로 보고하고 있는지에 대한 업무검사를 법적 근거 없이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금융회사로부터 의심거래 및 고액현금거래(1일 2000만원 이상)를 해마다 1000만여건씩 보고받고 있다. 불법자금의 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의무보고는 2008년부터 카지노 사업자한테도 부과됐다. 불법자금이 카지노 칩을 통해 수표나 현금으로 세탁되는 수법이 적발되면서, 이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지난 2010년 2월 금융정보분석원의 인력문제 등으로 카지노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에 대한 검사를 위탁하기로 하고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했지만 문체부는 “금융거래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에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해 2월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와 협의를 갖고 ‘자율점검’이라는 명분으로 자금세탁방지를 직접 검사나 지도·점검은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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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지난해 6~8월에 14개 카지노에 대한 검사를 벌여 의심거래 8762건의 고객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보고 검토 자료를 요청하는가 하면 여권, 연락처, 주소, 자금출처 등 강화된 기준의 고객확인의무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도 동일한 업무검사를 실시했다.

이처럼 협회가 2012년 기준으로 검사를 벌인 14개 카지노에 출입한 외국인 고객 수는 238만4214명이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감독·검사권은 금융정보분석원 외에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장에게만 부여된다. 결국 금융정보분석원은 협회에 법률적 근거도 없는 정부 사무를 수행하게 한 셈이다.

강기정 의원은 “금융위가 법적 권한도 없는 단체에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권한 없는 협회가 33건의 문제점을 지적해 시정 조처까지 내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