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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사고 현장 가운데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 이경재씨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사람들 기억 속에는 잊혀져가는 것 같다. 그런데 사고 당사자들은 절대 그걸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의경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동료 11명과 경찰의 날 표창을 받기위해 개포동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평상시에도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라 별 이상 없이 다리를 건넜는데, 순식간에 (붕괴가)일어났다. 아스팔트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락 후 깨어났을 때 굉장히 적막했었다. 눈에 보이는 건 비명소리, 뒤집혀 있는 버스.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중삼중으로 겹쳐 있었다”며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묻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후 다리를 건널 때 마다 좀 더 빨리 건너려고 하는 운전습관이 생겼다”며 “한강다리 뿐만 아니라 다른 다리에 신호가 잡혀 있다고 하면 굉장히 도망쳐 나오고 싶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들도 있다”며 “어떤 동료는 버스에서 잠들어도 다리만 지나가면 깬다고 한다. 몇몇 대원들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지금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후 이씨가 받은 조치로는 경찰병원 입원 치료와 10일간의 휴가가 전부다.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그는 “혼자 계속 이겨 내고 있는 것”이라며 “당시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같은 개념이 없었던 때라 누구한테도 얘기도 못했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이씨의 사고 후유증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동대문 쇼핑몰을 다녀왔는데, 건물을 흔들리는 것을 느껴 혼자 뛰쳐나온 적이 있다”며 “순간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불안감을 예민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참사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성수대교든 대구 지하철이든 판교 환풍구든 다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지만 사고 당사자들은 절대 잊지 못한다”며 “세월호 사고의 경우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하고,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나중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