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집안이 몰락하고 후손들마저 뿔뿔이 흩어진 구한말 명문가 ‘온양정씨’ 일가의 ‘조상묘 찾기’ 분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당사자인 장금자(68)씨는 소송을 제기한 풍천임씨측을 상대로 ‘족보 위조’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씨와 풍천임씨측의 ‘분묘수호자확인소송(사건번호: 2012다94742)’은 오는 14일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1,2심에서 재판부는 풍천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장씨는 구한말 의금부도사 온양정씨 정술교의 3대 종부다. 장씨는 이번 재판에서 법원 판결의 오류를 지적하며 법원이 '연대측정 감정 신청'을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온양정씨’ 일가의 족보와 조상의 분묘 (자료사진) ⓒ MBC 화면캡처

'연대측정 감정 신청'이란 분쟁이 있는 분묘를 발굴해서, 목곽 등 부장물을 방사능 탄소 연대 측정 방법으로 연대를 감정하는 것으로, 고인이 매장된 연대를 알 수 있다.

장씨에 따르면, 정술교의 분묘인 하남시 망월동 산 1-2임야 694㎡를 풍천임씨측이 자신들 조상, 임의중의 묘라고 허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이 방사능 탄소 연대 측정법을 받아들이면 누구의 묘인지 간단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일 하남시 묘소가 임의중의 묘가 아니라 정술교의 묘라면, 왜 그런 일이 생긴 것일까? 이에 대해 장씨는 ‘족보 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씨측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1998년 이전의 족보상 풍천임씨 25세손 임혁준은 후손으로 외아들 ‘의호’(26세손) 만을 남겼다. 그러나 1998년 족보에는 임혁준의 두번째 아들로 ‘예호’가, 그리고 갑자기 ‘예호’의 아들 ‘영재’가 끼어들어와 있었다. 이상한 것은 끼어들어온 ‘예호’가 사망한 시점이 1876년임에도 불구하고, 아들 ‘영재’가 태어난 시점이 아버지의 사망 이후 9년이 지난 1885년이라는 점이다. 

이밖에도 "1998년에 발행된 족보에는 임혁준, 임의호 아래로 이전에는 없던 임덕재(27세손), 임대순(28세손), 임상빈(29세손), 임우혁(30세손)이 21세손 임의중의 종손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1,2심 판결이 위조된 족보와 풍천임씨측의 모순적인 진술에도 불구하고 옳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남시 분묘가 자신들의 묘이며 족보가 위조된 바 없다'고 말해온 풍천임씨측은 "29세손 임동일이 사망한 후, 후손이 없어 수년간 묘가 관리되지 않다가 해당 분묘를 1983년경부터 관리해 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go발뉴스’가 만난 법률전문가들은 “(풍천임씨의)주장 자체에 있어 종손이 누구인지 일관성 없는 진술에도 (법원이)설득력 있는 판결이유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원고적격의 정확한 판단이 이 분묘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판가름하는 핵심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 분쟁의 해결방법으로 "대법원은 법적 쟁점을 좀 더 사려 깊게 판단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만약 파기환송 된다면, 하급심에서 양 당사자가 연대감정신청, 유전자감식이나 부장품등의 연대분석을 통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져 쌍방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양정씨 27세손인 정술교는 고종으로부터 의금부도사(현 검찰총장)를 제수 받은 인물이다. 그는 일제치하 반일 애국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민영환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장금자씨는 정술교의 3대 종부다.